'장사의 신' 김유진 대표가 추천하는 창업 아이템, 죽 전문점

기사 요약글

기사 내용

창업 매뉴얼 1 _ 왜 죽 전문점이냐고요?

 

이미 포화 상태라고 판단해서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 아이템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죽입니다. 의외로 마진율이 아주 좋습니다. 한번 계산해볼까요? 이 바닥‘선수’들의 계산법을 따르자면 밥 한 공기는 원가가 대략 230원 정도입니다. 100% 국내산 쌀을 쓰고도 말이죠. 여기에 일회용 젓가락, 숟가락, 포장 용기, 테이크아웃용 비닐봉지 등을 다 합쳐도 500원 정도밖에 들지 않습니다. 물론 환자식, 회복식으로 불리는 흰죽의 예입니다.
그러나 온갖‘육해공’ 출신의 재료를 넣어도 원가가 하염없이 뛰지 않습니다. 전복이요? 죽 전문점에서 쓸 수 있는 초고가 재료 맞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을 꽤 큰 생물로 한 마리 넣어준다 해도 2000원 정도면 되는데 생물 쓰실 거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전복죽은 변두리 지역에서도 1만원을 넘게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추천해드리는 겁니다. 게다가 쌀 소비량이 줄고 있어 그만큼 공급도 안정적입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당연히 가격은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농민들께는 참 죄송하지만 말입니다. 아차! 형님이 근사하게 브랜드 론칭해서 많이 소비해주시면 되겠네요. 판로를 못 찾아 눈물 흘리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소비 촉진에 일조하시면 되겠습니다.
네? 전국에 깔린 그 많은 죽집이 경쟁자 아니냐고요? 맞습니다. 그리고 틀렸습니다. 대개의 죽 전문점들은 선두 주자인‘본죽’을 많이 따라 했습니다. 솔직히 간판과 로고만 가리고 보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 갈 정도입니다. 참 창피한 한국의 외식 문화입니다.

 

창업 매뉴얼 2 _ 상호는 어떻게 지을까요?

 

기왕 시작할 요량이면 설계도가 탄탄해야겠죠. 네이밍부터 가볼까요? 네이밍은 시간과 노력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죽은 건강과 연관이 많죠? 그리고 아픈 사람들이 먹는 음식이기도 하고요. 또 요사이 온갖 산해진미들과 연결 지어 별미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그런데 임팩트가 약합니다. 뭔가 조금 더 강력한 펀치가 필요해요. 도저히 먹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고객들에게 제시해야 합니다.‘7% 더 건강한 죽.’ 콘셉트는 추상적이고 모호하면 안 됩니다. 명확해야 합니다. 지금부터 왜 7%인지 하나하나 열거하도록 하겠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지금까지의 죽보다 7% 더 건강한가?

창업 매뉴얼 3 _ 차별화는 어떻게 할까요?

 

‘매일 아침 9시에 직접 도정한 쌀로 죽을 끓입니다.’ 이렇게 콘셉트는 그림이 그려져야 합니다. 그래서‘매장에서 도정한 쌀’을 도입하고자 합니다. 2017년부터 외식업은 뭔가 달라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는데, 그런 의미에서 도정기는 큰 반향을 일으킬 겁니다. 하루에 서너 번씩 고객들 앞에서 도정을 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손님이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 게 뻔합니다. 이런 게 전략입니다. 오너는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고객은 눈에 보이는‘안심’을 믿고. 만약 형님 눈앞에 그냥 죽집과 도정기가 있는 죽집이 있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시겠어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핵심은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들의 애로 사항을 없애주는 겁니다. 자, 그렇다면 죽을 사 먹는 고객들의 애로 사항은 뭘까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900~1,000㎖의 죽을 사서 혼자 다 먹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몇몇 업소에서는 둘로 나눠주는 경우도 있죠. 참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정말 고객이 간절하게 원하는 것은 따로 있습니다. 전복죽도 먹고 낙지죽도 먹을 수 있다면? 녹두죽과 소고기죽을 반반씩 살 수 있다면? 짬짜면 아시죠? 죽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습니다. 고객이 원하는 죽을 두 가지든 세 가지든 선택할 수 있다면 감동하겠죠.
형님과 형수님은 죽을 드실 때 뭐가 제일 마음에 들지 않던가요? 저는 눈곱만큼 주는 장조림과 쥐 눈물만큼 내주는 동치미가 제일 마음에 걸립니다. 아예 주지를 말든가. 입맛 없는 사람들이 먹는 반찬인데 영 구미가 당기지 않아요. 저라면 소고기를 돼지로 바꾸고 국내산을 수입산으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푸짐하게 내주겠습니다. 사실 돼지고기 앞다리 살과 뒷다리 살은 그리 비싸지 않거든요. 또 죽과 잘 어울리는 반찬이 버섯이에요. 1년 내내 가격 변동이 거의 없는 든든한 식재료이기도 하고요. 사시사철 쏟아져 나오는 새송이, 느타리로 장아찌도 만들고 볶음도 만들어 손님상에 내자고요.

 

창업 매뉴얼 4 _ 서비스는 뭘 내놓을까요?

 

이 정도에서 만족하신다고요? 이건 기본이에요.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한두 번은 오겠지만, 중독되지는 않아요. 중독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단골이 될 수 없습니다. 먼저 나에게는 버리는 것인데 고객에게는 가치가 되는 것을 찾아보세요. 팥을 예로 들어볼게요. 죽집에서 빠지면 섭섭한 메뉴가 바로 팥죽이죠. 그런데 99%의 사장님들이 팥 삶은 물을 버리세요. 지금 당장 인터넷에서‘팥차’를 검색해보세요. 난리도 아닙니다.‘다이어트에 좋다’‘간에 좋다’ 이제부터는 팥을 삶을 때도 마인드를 바꾸자고요. 정성스럽게 팥차를 끓인다고 생각하면 그 결과가 확 달라집니다. 이 녀석을 500㎖ 생수병에 넣어 선물하는 겁니다. 유기농 매장에서 팥차 한 병에 4000~5000원씩 판매하고 있어요. 고객은 새우죽 하나를 9000원에 구매하면서 4000~5000원의 득을 본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조건 퍼주는 게 능사가 아닙니다. 환산 가능한 가치만 제공하는 것이 요령이에요. 그래서 콩나물무침을 내더라도 기왕이면 머리를 떼고 식초와 설탕을 조금 넣어 일명‘전주식 콩나물잡채’라고 명명해 손님상에 내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합니다. 이 노하우를 터득하게 되면 단무지 하나도 허투루 내지 않죠. 검정깨를 대여섯 톨 뿌려주거나 고춧가루와 설탕을 조금 넣고 조물조물 무쳐서 내놓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창업 매뉴얼 5 _ 재료는 어떤 걸 쓸까요?

 

철옹성‘본죽’이나‘죽이야기’를 이기고 싶다면 뭔가 달라야 합니다.‘들어가는 재료가 훌륭하니 그냥 맹물을 사용해도 되겠지’ 하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새우죽은 말린 새우로 끓여야 맛있고, 버섯죽은 표고버섯 우린 물로 쑤어야 제맛입니다. 그러니 틈날 때마다 북어 대가리, 다시마 등으로 맛국물을 만들어놓으세요.
참, 그러고 보니 죽의 매력이 또 있네요. 인간이 먹는 거의 모든 식재료를 넣을 수 있잖아요. 통통한 굴과 새우 철이 지나면 조개가 나오고 금수강산을 뒤덮은 나물들이 그 뒤를 이을 겁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주꾸미들이 넘실거리고 키조개, 꽃게, 오징어, 장어, 홍합 등 이루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재료가 형님의 주방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패션 디자이너처럼 한 계절만 앞서서 부지런히 준비한다면 고객들이 지칠 틈이 없겠습니다.

 

창업 매뉴얼 6 _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상권요? 사실 1억원 미만으로 죽 전문점을 차리려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은 불가능하지요. 저라면 오히려 배달까지 고려해서 지하나 2층을 노려보겠어요. 죽은 충동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에요. 목적이 뚜렷한 분들이 먹는 메뉴이다 보니 임대료가 1층보다 20~30% 적은 위, 아래를 노려도 괜찮아요. 굳이 역세권이 아니더라도 역과 버스 정류장에서 주택가로 들어가는 길목이면 어디든 좋습니다. 병원요? 당연히 좋죠. 그런데 병원 근처는 임대료가 만만찮아요. 특히 대형 병원의 경우, 환자를 비롯해 손님에게 인기를 얻는 만큼 고정비도 꽤 들어갑니다. 미리 말씀드린 아이디어들을 적극적으로 적용하신다면 상권은 크게 상관 안 해도 됩니다.

창업 매뉴얼 7 _ 죽은 어떻게 끓일까요?

 

이제 본격적으로 죽을 한번 쑤어볼까요? 일단 기름이 아주 중요합니다. 전국에 소문난 대부분의 죽집은 메인 재료를 넣기 전 쌀을 참기름에 볶아요. 대박의 비밀이라 잘 알려지지 않지만 20년 넘게 남의 집 주방을 뒤지다 보니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게 상당합니다. 먼저 찹쌀과 멥쌀을 2:8 비율로 배합해 물에 불립니다. 100번을 강조하지만, 첫째 물이 좋아야 합니다. 준비가 끝났으면 죽 전용 냄비에 참기름을 자작하게 붓습니다. 이때 중요한 건 바닥을 꼭 채워야 한다는 겁니다.‘지나치게 느끼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겠지만 노! 노! 노! 절대 그렇지 않아요. 여기서 기름의 역할은 밥알을 완벽하게 코팅해주는 겁니다. 그래야 죽을 깨물 때 쫀득하거든요. 이게 포인트입니다. 깨지고 퍼진 죽을 좋아하는 사람은 의외로 적습니다. 이탈리아의 리소토나 스페인의 파에야도 육수와 쌀 그리고 기름이 빚어내는 하모니라는 사실 잊지 마세요.
그다음에 체에 받쳐놓은 불린 쌀을 넣고 설렁설렁 볶습니다. 쌀알이 투명해질 때까지요. 그리고 육수를 붓고 센 불에 끓이다 넘치려고 하면 약한 불로 줄이세요. 이때부터는 눋지 않게 젓는 게 포인트입니다. 너무 자주 저으면 죽이 이내 삭아버리니 조심하세요. 와, 다 털어놓아버렸네. 이 정도면 2000만원은 받아야겠는데요? 형님 저에게 갈비 한번 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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