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의 신’ 김유진 대표가 추천하는 창업 아이템, 어묵 전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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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매뉴얼 1 - 왜 어묵이냐고요?

 

예비 외식업 창업자들이 가장 오판하는 것이 자신의 혀를 믿는 겁니다. 평생 법인카드로 좋은 음식 드셨으니‘칼럼니스트다운’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런데 진짜 노하우는 여러 곳을 방문하는 데 있지 않아요. 오히려 손꼽은 메뉴를 제대로 하는 집, 서너 곳을 골라 하루 안에 모두 돌아보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만약 돼지갈비에 관심을 두셨다면 오후 12시경 화동갈비를 방문하고, 오후 3~4시엔 모래내갈비를, 7시쯤에는 부암갈비나 봉피양을 다녀오시는 게 바람직합니다. 한 메뉴에 대한 정확한 변별력을 가지고 싶다면 꼭 하루 안에 돌아야 비교 평가가 가능하거든요. 시간이 안 되고 바쁘다는 이유로 사나흘이나 일주일에 투어를 마쳐서는 맛을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가격 변동 폭이 크지 않은 아이템을 찾고 싶다고 하셨는데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어요. 그건 시대상의 반영입니다. 5년 정도는 시장을 미리 읽을 수 있어야 운신의 폭이 넓어집니다. 요즈음처럼 정치적 혼란기에는 매운맛이 각광을 받습니다. 7년 주기설, 10년 주기설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보상을 음식으로 치유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벌써부터 한물갔던 매운 음식들이 고개를 쳐들기 시작했답니다. 그리고 다들‘불경기, 불경기’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복고가 최고죠. 종합해보면 이렇습니다. 2017년은 매운 복고 음식이 인기를 끌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20년 넘게 남의 집 주방만 뒤진 후배의 진심 어린 이야기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자, 그런 의미에서 추천해드리는 아이템은 바로 어묵 전문점이에요.

 

창업 매뉴얼 2 -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일단 매물로 나오는 가게 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발품을 파셔야겠죠. 요사이는 멀쩡한 인테리어 그대로 두고 나간 매장들이 많아 2~3년 전처럼 투자 비용이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굳이 역세권이 아니어도 좋아요. 오히려 마을버스가 자주 다니는 정류장 근처나 주위에 3~5층 건물들이 많이 밀집해 있는 상권이 훨씬 유리합니다.
중요한 건 외부 파사드(Facade)예요. 파사드는 건물의 출입구로 이용되는 정면 외벽 부분을 말합니다. 그냥 편하게 정면쯤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어묵 전문점 분위기를 한방에 연출할 수 있습니다. 참고만 하시라고 사진 한 장 첨부합니다. 절대 베끼시면 안 됩니다.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보시라고 드리는 힌트입니다. 최근 삼진어묵의 뒤를 바짝 쫓으며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부산 고래사어묵의 매장 사진입니다.

창업 매뉴얼 3 - 메뉴는 무엇으로 정할까요?

 

자, 그럼 어떤 메뉴로 고객의 발목을 사로잡을 것이냐? 늘 이것이 문제죠. 전 과감히 어묵 백반과 어묵 우동을 추천합니다. 복고가 유행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지요? 마케팅 용어 중에‘경험을 팔아라!’라는 표현이 있어요. 즉 내가 먹는 음식을 통해 기억과 추억을 반추하게 만들라는 소리입니다.
어묵 백반 드신 지 꽤 오래되셨죠? 예전에 주로 메밀은 집에서 겨울철 메뉴로 내던 음식이었죠. 한여름에는 판메밀을 몇 장씩 쌓아놓고 후루룩 쩝쩝 과시하듯 먹던 바로 그 국숫집에서 겨울이면 내놓던 아이템이 바로 어묵 백반이었습니다. 돌냄비에 주면 별 세 개고, 양은냄비에 끓여주면 별 하나 정도로 평가받던 그리운 메뉴. SNS에 사진이 돌기 시작하면 아마 40대부터 60대까지는 난리가 날 겁니다. 못 믿으시겠다고요? 덕수궁 옆 유림, 북창동 송옥 등 추억의 맛으로 부활한 식당이 얼마나 많은데요. 한동안 끊겼던 인기가 다시 들끓고 있는데 요새 선배들은 대낮에도 모이는 번개를 하시고 그래요.

창업 매뉴얼 4 - 어떤 어묵을 사용할까요?

 

그럼 성패를 좌우할 어묵은 어떻게 선택할 것이냐? 서두에 밝혔듯이 내일 당장이라도 부산 부평시장을 찾아가보세요. 도매와 소매를 동시에 하는 어묵 공장들이 꽤 많습니다. 위치도 다 거기서 거기예요. 이 집들의 어묵을 하루에 다 먹어보는 겁니다. 종류별로. 중요한 포인트가 있어요. 냉장 상태로 파는 어묵을 그 자리에서 드셔보는 겁니다. 맛있는 어묵의 기준은‘찬 상태에서도 맛있어야 한다’입니다. 펄펄 끓는 국물 속의 어묵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반드시 찬 상태에서 드셔야 해요. 그리고 어묵 바로 옆에 팔고 있는 가루 스프도 사 오셔야 합니다. 꼭이요. 인스턴트 가루 스프인데도 집집마다 맛이 다 달라요. 가격도 엄청 쌉니다. 1.5인분에서 2인분 끓일 수 있는 스프가 한 봉에 100원 정도 합니다.

 

창업 매뉴얼 5 - 차별화는 어떻게 할까요?

 

제가 어묵을 추천해드리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어요. 바로 라면보다 끓이기 쉽다는 겁니다. 맹물에 스프만 넣기가 좀 그러시다면 다시마와 무를 넣어 기본 국물을 만들면 더 환상이지요. 닭을 몇 마리 삶아서 그 육수로 국물을 내는 것도 아주 기가 막히고요. 오전에 출근하자마자 두어 시간 밑 국물 만들고, 그다음에는 사각, 삼각, 원, 원통, 꽃 모양의 어묵들 분류하고, 밥 지으면 끝. 이제는 인건비 줄이는 싸움에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리고 어묵 백반에는 별다른 찬이 필요 없어요. 이것도 매력이지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다는 대천의 현대수산 맛김이나 한양맛김하고 달걀프라이 그리고 맛난 김치 정도면 충분합니다. 아차! 추억의 음식이니 단무지를 고춧가루에 버무려 내는 것도 좋겠네요. 메뉴가 지나치게 단출하지 않느냐고요? 좋습니다. 국수 메뉴 하나 추가하시죠! 날이 꾸물꾸물해지면 대한민국 면 매출이 20~30% 상승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호모 누들리스트’라는 별명을 지어주고 싶을 정도예요. 어묵에는 우동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인터넷에서 주문하셔도 좋고 다농마트 같은 업소용 식자재를 판매하는 곳에서 구매할 수 있는 냉동 포장된‘사누끼 우동’이 있어요. 탱글탱글 오동통 쫄깃쫄깃 면발 아주 끝내줍니다. 1인분에 450원에서 700원 정도 합니다.
점심에 딱 이렇게 두 가지 메뉴만 냈으면 좋겠어요. 복잡하지 않게 그리고 콘셉트가 명확하게 전달되게. 점심시간 2시간 정도는 큰 글씨로 써서 현관문 앞에 붙이는 겁니다. 이렇게요.<웃으면 복이 와요><토토즐> 애청자들 환영합니다.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이 꽤 많이 있으니 매장 앞 모니터에 틀어놓으셔도 좋고요.

 

창업 매뉴얼 6 - 가격은 얼마나 받을까요?

 

가격이요? 제 생각에는 5500원만 받으셨으면 합니다. 하루에 100인분 팔 각오하시고요. 그럼 일 매출이 55만원이죠? 사흘 매출로 월세를 낼 수 있어야 하니 120~150만원 정도 하는 업장을 알아보는 게 현명합니다. 한 달에 25일만 영업한다 치면 월 1375만원. 연간 1억6000만원 정도 매출이 나겠네요. 물론 제대로 한판 뛰어보겠다는 각오 아래서 말입니다. 그럼 8000만원 정도만 투자하시는 걸로 하면 되겠네요.
이 정도 설계도가 나오면 슬슬 욕심이 생기죠. 저녁 매출을 한껏 올려보고 싶은 욕심이요. 저녁에도 밥 손님으로 몰리면 매출을 극대화하기 좀 어려워요. 도수가 낮은 청주나 맥주를 파는 게 확실히 도움이 될 겁니다. 잘 압니다. 여자 분이 오너인 경우 주류 판매를 꺼리는 경향이 큽니다. 그래서 소주가 아닌 도수가 낮은 술을 권해드리는 겁니다. 그래도 거부감이 크다면 오후 9시쯤 문을 닫는 어묵 백반, 어묵 우동 전문점으로 결정하시면 됩니다. 청주는 겨울철이니 뜨끈하게 잔술로 파시고 맥주는 두 종류 정도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는 국산 맥주로 하시고 또 하나는 아사히나 삿포로 아니면 동남아 여행 경험이 많으니 산미구엘 정도를 배치하면 근사해질 거예요.
그리고 안주는 모둠 어묵탕하고 어묵 사시미. 어묵을 회처럼 플레이팅해서 내는 겁니다. 앞에서 설명해드렸죠. 그래서 차가울 때 먹어도 맛있는 어묵을 고르시라는 겁니다. 어울리는 소스는 상당히 많은데 저라면 매콤한 스리라차 소스나 고추냉이 마요네즈를 깔아드릴 겁니다. 식사를 원하는 분들도 계실 테니 저녁에는 객단가를 좀 올리기 위해‘명란 어묵 백반’이나‘창란 어묵 백반’을 배치하는 겁니다. 2000원 정도는 더 받을 수 있으니 꽤 매력적인 아이템이라 할 수 있어요. 자신이 붙으면 어묵 쌈밥. 어묵 김치찌개, 어묵 순두부 등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봅니다. 상호요?‘헤이어묵’이나‘어묵데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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