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강선 따라, 추억 따라 여주여행

기사 요약글

서울에서 강릉까지를 잇는 경강선.  판교역에서 쉬지 않고 달리니 여주역까지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열차가 멈춰 서는 곳마다 매력적인 여행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온종일 경강선을 타고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을 욕심껏 담았다.

기사 내용

 

 

덜컹이는 지하철에 앉아 목적지까지 남은 정거장을 무심히 세어보다 낯선 노선에 눈길이 닿았다. 숫자가 아닌 당당히 제 이름을 갖고 등장한 노선들엔 대체적으로 호기심이 일었다. 판교를 지나 이천을 거쳐 여주까지의 여정을 눈으로 짚어본 지 일주일 후, 경강선을 따라 나섰다.

 

지하철 노선 끝에는 어떤 풍경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름도 낯선 역명들이 자리 잡고 있는 종점에는 푸른 바다가 있었고, 초록의 산이 있었고 또 언젠간 침묵 속에 강이 흐르고 있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종점을 향해 가던 길은 항상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았다. 도심과 멀어질수록 마구잡이로 솟아오른 빌딩들이 시야에서 사라졌고, 타고 내리는 발길들도 뜸해지기 마련이었다. 분명 지하철로 가볍게 시작한 여행이지만 종점에서 만나는 선물 같은 풍경들은 진한 여운을 남겨주곤 했다. 덕분에 지하철 노선 끝마다 아롱진 추억이 떠오를 때마다 새롭다.

 

 

 

 

남한강 따라 즐기는 여주역

 

 

경강선 개통 후 주말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는 여주. 더 이상 아울렛 쇼핑을 위해 떠났던 길, 꽉 막힌 고속도로를 지나야 겨우 만날 수 있었던 여주가 아니다. 남한강을 따라 흐르듯 펼쳐진 이곳은 어디에서나 고즈넉한 강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여행지가 많기 때문에 여주역 인근 여행지에서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을 것이다.

 

 

 

 

여주 박물관

 

 

여주의 문화유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여주 박물관. 남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이 박물관은 세련된 외관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주역사실과 남한강에서 수집된 수석 등이 전시되어 있고, 매년 다양한 주제로 특별기획 전시를 개최한다. 무엇보다 박물관 카페에서 바라보는 남한강의 풍경은 박물관의 가장 큰 매력이다.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길 6-12
031-887-3583

 

 

신륵사

 

 

남한강을 따라 걷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신륵사. 강을 따라 위치한 유일한 사찰답게 빼어난 풍경이 사계절 매력적인 곳. 조선시대에는 세종대왕릉의 원찰이었을 만큼 영향력도 컸다. 다층전탑을 비롯해 경내에 보관중인 8점의 보물들과 남한강의 수려한 풍경은 신륵사에 가치를 더한다.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길 73
031-885-2505

 

 

황포돛배

 

 

신륵사에서 보이는 풍경에 운치를 더하는 황포돗배. 말 그대로 누런 돛을 달고 바람의 힘으로 사람과 물자를 수송했던 배이다. 한강 상류지류인 남한강이 관통하는 여주는 물자교역이 특히 활발했던 상업도시였다. 조선시대에는 상업적인 용도로 쓰였지만 현재는 누구나 이용 가능한 유람선과 같다. 남한강을 따라 신륵사, 영월루, 세종대왕릉을 유람할 수 있다.

 


경기도 여주시 강변유원지길 105
010-8572-4512

 

 

황학산 수목원

 

 

수목원에 찾아온 설경은 매서운 추위 속에 더욱 빛난다. 14개의 식물 테마정원과 멸종위기에 있는 희귀종들을 만날 수 있는 곳. 식물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놓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겨울철 산행이 부담스럽다면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는 수목원을 산책해보자.

 


경기도 여주시 황학산수목원길 73
031-887-2741

 

 

 

 

세계유산을 만나는 세종대왕릉역

 

 

세종대왕릉역에 내리면 누구나 조금 당황스럽다. 역명을 보면 금방이라도 왕릉을 만날 수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역과 왕릉의 거리는 4킬로미터 정도. 도보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왕릉으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119기에 이르는 조선 왕족의 무덤 중에서 여주에는 세종과 효종의 능이 있다. 500년이 넘는 한 왕조의 무덤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는 특수한 가치 때문에 영릉을 찾는 발걸음은 끊이질 않고 있다.

 

 

 

 

영릉

 

 

세종대왕과 소헌왕후를 합장하여 모신 영릉과 효종대왕릉의 거리도 가까워 함께 둘러보면 좋다. 해시계와 측우기 등의 과학농업기구들이 영릉 초입에 전시되어 있어 가족단위의 여행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신성한 지역임을 알리는 붉은 홍살문을 통과해 만나는 능은 주변의 자연경관과 어우러져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경기도 여주시 능서면 영릉로 269-50
031-885-3123

 

 

 

 

참 따뜻한 한 끼 식사 , 이천역

 

 

이천을 쌀밥 정식만으로 떠올렸다면 이제 경기도 단풍명소와 인삼축제로 유명한 설봉공원도 함께 기억해 두어야 한다. 온통 금색으로 뒤덮인 이천역 건물은 멀리에서도 눈에 들어올 정도다. 저마다 개성 있는 외관을 갖고 있는 경강선 역사 건물들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다. 이천역에 왔다면 윤기 나는 쌀밥 정식에 여유로운 공원 산책을 즐겨보는 것이 어떨까.

 

 

 

 

설봉 공원

 

 

공원 내 산책로를 따라 새겨진 힐링 글귀를 읽는 재미가 쏠쏠한 설봉 공원. 단풍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겨울에 찾아도 훌륭한 산책로를 만날 수 있다. 공원 내에 있는 ‘사랑해’, ‘고마워’와 같은 따뜻한 글귀들이 산책에 온기를 더한다. 매년 이천 쌀 문화 축제와 인삼축제가 열리기도 하며 평소에는 이천 시민들의 쉼터가 되어 주는 곳이다.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709번길 152
031-644-2645

 

 

쌀밥정식

 

 

윤기가 흐르는 이천 쌀은 전국에서 생산되는 쌀 중에서 최고의 밥맛을 자랑한다. 임금님께 올리던 ‘진상미’ 로서 현재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경강선 여행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식도락 코스. 수많은 정식집이 있지만 대개는 1인용 돌솥에 밥을 지어내고 푸짐한 반찬에 된장을 곁들여 내는 식이다. 워낙 이천의 밥맛이 훌륭하기 때문에 어느 곳을 방문해도 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체험, 그 이상의 추억. 신둔도예촌역

 

 

경강선역 중에서 지역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는 신둔도예촌역. 경강선과 관련되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사진도 아마 신둔도예촌역의 풍경일 것이다. 거대한 두 개의 손이 도자를 빚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인 역사 건물은 한때 200여 개가 넘는 도자기 가마가 있었던 지역다운 풍경이다. 예로부터 서울과 가까운 편리한 교통으로 판로가 원활해 더욱 많은 도예장들이 이 지역에 정착했다고 전해진다.

 

 

 

 

사기막골 도예촌

 

 

사기막골 도예촌의 시작을 알리는 마을 입구. 초입부터 공방마다 무더기로 길가에 내놓은 도자기들이 반짝이는 곳이다. 현재 50여 개의 공방들이 도예촌 안에 문을 열고 있다. 도자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간단한 체험을 통해 나만의 작품을 만들며 흥미를 느껴볼 수 있다. 보통은 원하는 모양의 컵이나 그릇에 연필로 간단한 밑그림을 그려 넣고 채색까지 마치고 돌아가면 체험을 진행한 공방에서 직접 구워 2주 뒤 택배로 발송한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공방도 있지만 최근에는 성인들도 즐겨 찾는 개성 있는 공방들이 많이 생겨났다. 사기막골 도예촌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라윤공방은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공방 중 하나.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공방 내부와 아이디어가 빛나는 도예 작품들이 눈에 띤다.

 


경기도 이천시 경충대로 2993번길 46(라윤공방)
031-631-7590

 

TIP. 이천 도자문화의 시작

 

중국에서 도자문화가 들어온 것은 9세기 말. 발전과 변화를 거쳐 고려청자로 거듭나며 도자문화의 절정을 이뤘다. 1960년대부터 이천에는 도자문화의 뜨거운 불꽃이 일었다. 예로부터 이천은 장작이 풍부하고 물이 좋아 흙 반죽도 잘 되었기 때문에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좋은 여건이 형성되었다고 한다.

  

 

 

 

경강선 여행의 시작과 끝, 판교역

 

 

경강선의 시작이자 마지막역이기도 한 판교역은 최근 대형백화점의 개점과 주변 상권 개발을 통해 전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이 되었으며 여주시, 이천시를 거쳐 성남시까지 아우르는 경강선 여행의 종착점이기도 하다. 판교역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저마다의 콘셉트로 문을 열고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들을 만날 수 있는 카페거리가 있다. 판교역에서는 택시로 기본요금 정도의 거리에 위치해 있다.

 

 

 

 

백현동 카페거리

 

 

아파트 단지와 밀접해있어 카페거리가 있을까 싶지만 백현동 카페거리의 시작은 의외로 화려하다. 거리 초입에 최근 패션 아울렛 매장이 입점해 더욱 찾기도 쉬워졌다. 브랜드 쇼핑은 물론 느낌 있는 패션 아이템들도 구입할 수 있는 숍들도 다수 문을 열고 있다. 또한 브런치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레스토랑들과 다양한 메뉴의 맛집들도 많은 편이어서 골목골목 둘러볼 만하다. 카페와 패션숍들은 신백현 초등학교 바로 옆에 옹기종기 모여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판교박물관

 

 

한성백제시대 고분 9기와 고려시대 절터, 조선시대 백자 등이 발굴된 판교에 2013년 박물관이 문을 열었다. 지금은 신도시 개발을 통해 판교일대가 가장 현대적인 모습으로 변했지만 판교지역에는 구석기시대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 곳들이 많았다.

 

변두리에 속하는 외진 곳이었던 판교는 고려시대부터 경기도 광주의 일부였고 성남시에 속하게 된 것은 불과 40여 년 전. 고분을 주로 전시한 박물관답게 지하로 깊게 파놓은 듯한 내부 구조가 인상적이며 고분들 사이로 보행자 통로가 있어 삼국시대로의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 규모가 큰 박물관에 비하면 전시물 수는 많지 않지만 돌방무덤을 생생하게 관찰하고 백제와 고구려 무덤의 차이를 확인해볼 수 있는 유익한 곳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 191
031-729-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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