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가 손짓하며 반기는 곳, 인도네시아 마나도

기사 요약글

초록과 파랑이 어우러진 순수한 자연.

기사 내용

코코넛 야자수가 바람에 출렁이며 마나도를 찾아온 이들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자연을 닮은 투명한 미소를 가진 사람들이 살아가는 땅, 마나도.

K자 모양으로 생긴 술라웨시 섬은 인도네시아에서 네번째, 세계에서 열한 번째로 큰 섬으로, 이 섬의 북쪽 끝에 마나도가 있다. 인천에서 발리로, 다시 발리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마나도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저물었다. 다음날,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의 온기에 눈을 떠 창가로 나가보니 눈부신 하늘과 바다 그리고 야자수의 물결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나도의 순수한 자연을 마주하며, 동화 『비밀의 화원』에서 주인공 메리가 처음 숨겨진 화원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설렘과 기대와 함께 마나도 여정이 시작되었다.

너무나 투명한, 리하가 섬PULAU LIHAGA

벼락을 동반한 강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잔뜩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데, 정반대로 눈부시게 화창한 날이다. 다행이다. 이런 날은 바다로 향해야 함이 마땅하다. 모든 바다가 스노클링 및 다이빙 포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맑고 투명한 바다가 마나도를 둘러싸고 있다. 숙소 바로 앞바다에서는 예쁜 산호들 그리고 산호초 사이를 유영하는 니모를 비롯한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배를 타고 빛나는 햇살과 잔잔한 수면을 헤치며 향한 곳은 부나켄과 더불어 마나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알려진 리하가 섬. 함께 배에 오른 이들과 함께 인도네시아 맥주 빈탕Bintang-별으로 목을 적시고 불어오는 바람을 안주 삼아 몇 마디 나누다 보니 어느새 리하가 섬이 시야에 들어온다. 바다 위에 신기루처럼 떠있는 작은 섬이 가까워질수록 바다의 푸른빛은 차츰 옅어진다. 섬에 다다를 무렵 산호가 잘게 부서져 내린 하얀 바닥이 훤히 비치는 투명한, 너무나 투명한 바다가 펼쳐진다.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것처럼 조용하고 맑은 섬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다. 하얀 모래의 감촉이 밀가루처럼 부드럽다. 파도에 떠밀려온 하얀 산호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나무 그늘 아래 만들어진 작은 오두막과 나무 의자들은 주변 풍경과 어우러지며 운치를 더한다. 사람들은 바다에 뛰어들거나, 해안을 따라 거닐거나, 나무그늘 아래에서 망중한을 즐기거나, 각자의 방식으로 떠나온 것을 실감케 하는 투명한 자연과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만끽한다.

Info. 세계적인 다이빙 포인트, 부나켄Bunaken

술라웨시 섬의 북쪽에 위치한 부나켄 국립해양 공원은 다이버들의 낙원이다. 지구상 최고의 해양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곳으로 바라쿠다, 듀공, 기흉상어, 노랑가오리, 고래 등 인도양–태평양 서부 해양 생물 종의 70%가 이곳에 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1년 이곳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했으며, 방문객들이 내는 입장료는 부나켄의 생태계를 보존하는데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떠나온 것을 실감케 하는 투명한 자연과 느리게 흐르는 시간을 만끽한다." 섬 안에 목조건물이 있어 하룻밤 머물며 무인도의 정취를 즐길 수 있다. 목조건물에 숙박하는 것은 무료이지만 물과 음식은 사전에 개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안경 낀 숲 친구를 찾아서, 탕코코 국립공원TANGKOKO TAMAN NASIONAL

탕코코 국립공원은 600여 종의 식물과 220여 종의 동물이 살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이곳을 찾은 이유는 단 하나. 길이는 12센티미터, 무게는 겨우 80그램 정도에 불과한 세상에서 가장 작은 안경원숭이Tarsius를 보기 위해서이다. 탕코코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 좁은 2차선 도로가 굽이굽이 이어진다. 그리 먼 길이 아니고, 도로에 차가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예상했던 것보다 탕코코 국립공원에 도착한 시간이 늦어졌다. 해가 지기 전에 다시 입구로 돌아 나와야 하지만, 하늘이 아슬아슬하다. 먼 길을 달려와 그냥 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 가이드를 따라 바삐 걸음을 옮기기로 한다.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하늘에 이대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한 사람이 엄지손가락을 세운다. 안경원숭이를 볼 수 있다는 뜻. 앞서가던 가이드가 큰 나무 아래에 멈춰 서더니 라이트를 켜 나무를 비춘다. 라이트가 가리키는 곳을 눈으로 쫓아가니 그곳에 안경원숭이 두 마리가 있다. 한 마리는 갑작스런 소란에 얼른 나무 안으로 숨었고, 한 마리는 남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자리를 지킨다. 혹여 녀석마저 숨어버릴까 말소리도 몸짓도 조심스럽다. 얼굴의 절반 크기는 될 것 같은 커다란 눈과 손바닥보다 작아 보이는 자그마한 크기에 감탄도 잠시. 해가 완전히 저물기 전에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서 걸음을 돌린다. 숨 가빴지만 결국 안경원숭이를 만났다. 어둠 속을 달려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 안, 차창 밖으로 별무리가 밤하늘을 가득 수놓은 풍경이 뜻밖의 감동을 선사한다.

일편단심, 말레오Maleo

탕코코 국립공원은 새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기도하다. 그중 가장 희귀한 새는 말레오다. 땅을 파서 흙속에 알을 낳는다는 신기한 새, 말레오는 한평생 단 한 마리의 짝과 부부의 연을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Tip. 검정짧은꼬리원숭이Macaca Nigra의 셀카

술라웨시 섬에서만 서식하는 검정짧은꼬리 원숭이는 번식기가 되면 엉덩이가 터질 것처럼 빨갛게 부풀어 오르며, 무리를 지어 철저한 계급 사회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원숭이 사진에 얽힌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인도네시아에 출사를 간 사진작가 데이비드 슬레이터David Slater는 원숭이에게 카메라를 빼앗겼고, 원숭이는 렌즈를 자신의 얼굴을 향하게 해서 셀카를 남겼다. 데이비드 슬레이터는 이 사진을 공개해 유명해졌는데, 미국 저작권 사무실은 오직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에만 저작권이 적용된다고 발표하면서 이 사진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없는 사진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늘을 날아, 축복받은 예수상MONUMEN TUHAN YESUS MEMBERKATI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국가이지만 마나도를 여행하다 보면 수많은 교회의 숫자에 놀라게 되는데 주민의 80퍼센트가 기독교 신자이고 거리 곳곳에서 교회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일요일이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교회에 가기 때문에 문을 연 가게를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예수 동상이 바로 마나도에 있다는 것이다. 높이가 무려 50미터에 이르는 예수상이마나도 시내와 가까운 언덕 위에 서 있어 멀리서부터 눈에 띤다. 그 모습에서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이 연상된다. 마나도의 예수상은 일반적인 예수상과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땅 위에 바로 서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하늘을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두 팔을 번쩍 들고 머리칼을 휘날리며 하늘에 떠있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크리스탈 블루와 파랑 그리고 초록이 혼합된 호수의 수면 위로 하늘과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투명하게 반영된다. 그 오묘한 풍경이 마치 어느 추상주의 대가의 명작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분화구 옆에서 즐기는 차 한 잔의 여유, 리노우 호수DANAU LINOW

리노우 호수에 가까워지자 버스 안에 삶은 달걀 냄새가 풍기기 시작한다. 버스에서 내리니 더 선명해진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수백 년 전 폭발한 마화우 화산 분화구에 남겨진 유황이 냄새의 원인이다. 지독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리노우 호수를 찾았는데, 계단을 내려가 호수를 바라보니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온 이유를 알 것 같다. 크리스탈 블루와 파랑 그리고 초록이 혼합된 호수의 수면 위로 하늘과 호수를 둘러싸고 있는 산들이 투명하게 반영된다. 그 오묘한 풍경이 마치 어느 추상주의 대가의 명작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호수는 크게 유황이 있는 부분과 유황이 없는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유황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곳 앞에서 오리들이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을 보다 한국의 유황오리가 떠올라 피식 웃음이 난다. 현지인들은 호숫가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식사를 하며 호수의 경치를 감상한다. 카페에서 조금 올라가면 닿게 되는 언덕은 호수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마침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은 커플이 웨딩촬영 중이다. 유황 호수를 배경으로 웨딩사진이라니. 분명 특별한 순간으로 평생 기억될 것 같다. 사진 속에 그 공간, 그 순간에 떠다니는 냄새도 담을 수 있으면 멋질 것 같다는 상상을 종종 하지만, 이곳에서만큼은 사진에 냄새가 담기지 않는다는 사실이 새삼 다행스럽다.

 

언덕의 언덕, 부킷 템보안BUKIT TEMBOAN

부킷 템보안은 언덕의 언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푸른 정글과 농장, 호수와 주변 산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토모혼에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이다. 동이 트기 전에 이곳을 방문하면 산 위로 해가 솟아오르는 황홀한 일출 광경을 눈에 담을 수 있다. 부킷 템보안으로 향하는 길, 빗방울이 투둑투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시원하게 퍼붓던 비는 다행히도 부킷 템보안에 도착하기 전에 거짓말처럼 멎었다. 비를 뚫고 온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먼저 도착한 한 무리의 학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언덕의 언덕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른 언덕들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전망이 시원스럽다. 여전히 먹구름이 자욱한 한쪽 하늘 아래에는 안개구름이 몽실몽실 걸려 있고, 반대편 하늘에는 서서히 볕이 나기 시작하여 대조적인 풍경을 빚어낸다. 언덕에 세워진 커다란 십자가는 마나도가 기독교의 땅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준다. 학생들이 두른 색색의 히잡이 풍경을 오묘하고 다채롭게 만들어놓는다.

 

꽃의 도시 그리고 꽃을 닮은 사람들, 토모혼TOMOHON

토모혼은 마나도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도시로 항상 꽃이 만발해 있다고 해서‘꽃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매년 8월이면 유명한 꽃 축제가 이곳에서 열린다. 길을 따라 가로등처럼 늘어선 꽃 조형물이 나타나면 토모혼으로 접어든 것이다. 점심식사를 위해 들른 어느 가든에 형형색색의 꽃과 꽃나무들이 잘 가꾸어져 있어 꽃의 도시에 온 것을 실감케 한다. 붉은 꽃잎 위로 솟은 북 술라웨시의 유일한 활화산 로콘 화산의 웅장함을 바라보는 것도 특별하다. 부킷 템보안에서 내려오는 길에 토모혼의 마을 한 곳을 들르기로 한다. 마을길은 물론이고, 집집마다 알록달록 활짝 피어난 꽃들이 소박한 마을을 색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마나도의 다른 지역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사람들도 눈이 마주치면 환한 미소를 건넨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그들의 미소에는 꾸밈이 없다. 꽃처럼 활짝 핀 이곳 사람들의 미소를 보면 내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투명한 그들의 눈동자에 비치는 미소 짓는 내 얼굴을 보는 일도 즐겁다. 눈부신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이 머물러 있는 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마나도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고 야자수와 마나도 사람들은 이 땅을 찾아온 이들에게 언제나 따뜻한 환영의 인사를 건넬 것이다.

"눈부신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이 머물러 있는 한 사람들은 계속해서 마나도를 찾아올 것이다."

Info. 로콘 화산Mount Lokon

술라웨시 섬에는 총 열한 개의 활화산이 있다. 가장 최근에 폭발이 있었던 로콘산에 오르면 화산 폭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으며 화산으로 올라가는 길에 무척 부드러운 화산재를 밟아볼 수 있다. 미끄럽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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